ODDROW 이야기 #1 : 모든 시작에는 불릴 이름이 필요하다.
새로운 프로덕션을 시작하기로 마음먹고
가장 먼저 한 고민은 이름이었다.
“이름은 뭐로 하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이왕이면 어디에도 없는 이름.
끝없는 고민이 시작됐다.
누군가의 단어를 빌려온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과 방향성이 담긴 이름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머릿속에 여러 가지 이름들이 스쳐 지나갔다.
촬영 현장에서 내가 가장 자주 하는 말은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자, 촬영 들어갈게요. 레디 액션!“
“네. 안 끊고 바로 갈게요.“
“Keep Rolling.”
“Keep roll~!”
“오, Keep roll(킵롤) 좋은데?”
내가 “Keep rolling”이라는 말을 좋아하는 이유는
해당 씬의 모든 세팅이 완벽하고,
연기자의 감정이 올라와 있는 상태에서
카메라와 조명, 움직임까지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지는 순간.
그 흐름을 끊지 않고 한 번 더 진행할 때,
예상하지 못한 표정이 나오기도 하고,
준비하지 않았던 움직임이 장면을 완성하기도 한다.
그래서 ‘Keep Roll’이라는 이름도 잠시 후보에 올랐다.
하지만 어딘가 부족했다.
영어로는 괜찮았지만,
아쉽게도 한글 이름이 입에 붙지 않았다.
‘킵롤 프로덕션, 킵롤…’ 아무래도 입안에서 맴돌 뿐 착 감기는 맛이 없었다.
패스. 다음으로 생각한 건 내 성격과 닮은 이름이었다.
다음 후보는 LOWKEY
영상에서 로우키(Low-Key)는 어둡고 진중한, 시네마틱한 분위기를 이야기할 때 자주 사용하는 단어다.
요즘 해외에서는 ‘은근한’, ‘과하지 않은’, ‘진솔한’이라는 뜻으로도 쓰여 의미도 참 좋았다.
INFJ인 나의 성격과도, 내가 추구하는 성향과도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
한동안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이름은 개인의 성격보단, 앞으로 만들어갈 방향을 담고 싶었다.
그래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내가 추구하는 것은 무엇일까?
회화적인 자유로움과 디자인적인 구조감.
그리고 안정적인 화면 안에 툭 터트리는 작은 위트(하하에 못미치는 풋 정도).
정제된 질서와 예상 밖의 재미.
어쩌면 정반대에 서 있는 두 단어가 만나 만들어내는 묘한 합성어였으면 했다.
순수미술을 전공하며 채운 회화적인 색채, 디자이너로 일하며 몸에 밴 균형감, 그리고 연출가로서 늘 강조하는 ‘안정적인 영상 속 위트 한 스푼’ 같은 느낌 말이다.
서로 반대되는 두 가지 성질이 함께 존재하는 것.
그때 떠오른 것이 ‘ROW’였다.
그래픽 작업을 하다 보면 늘 마주치는 단어.
Align(정렬).
Row(행).
Column(열).
그중에서도 Row라는 단어가 이상하게 마음에 와닿았다.
질서.
정렬.
구조.
그렇다면 반대편에는 어떤 단어가 있을까.
비대칭적인 것.
예상 밖의 것.
어떻게 보면 조금은 이상한 것.
그렇게 찾은 단어가 ‘ODD’였다.
ODD의 어원은 ‘삼각형의 꼭짓점’을 뜻하는 ‘oddi’라는 단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삼각형의 꼭짓점은 3개라 서로 짝이 맞지 않는다.
그래서 ODD는 ‘짝이 없는’, ‘특이한’, ‘이상한’, ‘독특한’… 그리고 결국에는 ‘특별한’이라는 의미를 갖게 되었다.
남들과 조금 다른 것.
예상했던 자리에서 살짝 벗어난 것.
하지만 그래서 더 눈에 띄고,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것.
ODD + ROW.
질서와 자유.
구조와 위트.
안정감과 낯섦.
서로 다른 두 단어를 나란히 놓았을 때,
우리가 만들고 싶은 영상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오드로우’는 그 이름처럼 조금은 이상하지만 안정적이고,
평범해 보이지만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영상을 만들어가보려고 한다.
정렬된 구조 안에 작은 위트를 담고,
익숙한 순간 속에서 새로운 시선을 발견하는 것.
그렇게 오드로우의 첫 번째 이야기가 시작되었다.